사와무라의 투구 폼 관련 잡담


  • 반말로 작성된 장문의 포스트이며 작품 네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네타바레를 싫어하는 분은 이 포스트를 스킵하세요.
  • 소장한 책을 직접 촬영한 코믹스 화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이야의 A(이하 '다이야')의 인물 프로필을 정리하던 중, 문득 사와무라의「실제」투구 모습이 궁금해졌다.

어쨌든 나는 철저하게 2차원계 인간이고 야구에 대해선 던지고・치고・받는다 기본 요소만으로 충분히 즐겁게 즐기는 부자야구(父子野球) 스타일의 문외한인지라, 사와무라를 닮은 3차원 인간을 보고 싶다기 보다는 사와무라가 3차원에서 던지는 그 자체를 보고 싶은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머릿 속에서 그려지는 사와무라의 그 역동적인 투구 폼을 가진 투수라면 정말 매력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말하자면, 이건 삼성의 모 속구 좌완 투수를 보면 뭔가 매우 즐거운 기분이 드는 것과 비슷한데 딱히 그 투수의 팬은 아닌, 그런데도 자주 보고 싶은 뭐 그런 기분이랄까. :^)





사와무라의 투구 폼 모델 - 후지이 슈우고 & 와다 츠요시

후루야와 하루나의 투구 폼은 눈에 띄는「특색」이 극중에서도 지적된 바 없지만, 사와무라의 투구 폼은 유연한 왼쪽 어깨에서 나오는 특이한 투구법이라, 그에 따라 숨겨진 왼팔이라던가 뒤틀린 몸의 각도, 공의 궤도를 읽기 어려울 정도로 갑자기 공이 뻗어나오는 릴리스 타이밍이라던가…의 요소에 대한 언급이 작품 내에 설명되어 있다.


사와무라가 쉐도우 피칭을 통해 익힌 자신만의 폼으로 투구하는 장면(원작4권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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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寺嶋裕二 & 講談社

体のカゲに隠れて左腕か全然見えないと思ったら
몸의 그림자(뒤)에 숨겨져 있어 왼팔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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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寺嶋裕二 & 講談社

突然ボールが飛び出して
갑자기 볼이 날아와서

테라지마 씨가 프로필 내에서 언급한 사와무라의 모델 후지이 슈우고(藤井秀悟) 선수와 와다 츠요시(和田毅) 선수의 투구 특징이나 실제 투구 모습은 어떨까?
실제로 일본 프로야구를 본 적이 없어서 이 선수들의 투구 모습을 본 적이… .
음, 이번에 와다 선수가 올림픽 야구 예선에서 선발에 나왔었고, 예전 시드니 예선 때부터 한국 전에서 낯이 익은 사우스포이긴 하지만….

그래서 그것이 궁금해진 차에, 맘 먹고 이것 저것 자료를 뒤져 정리 일독해 보기로 했다. :^)

후지이 슈우고 (藤井秀悟) 간단 프로필
77년 생 / A형 / 와세다 대학 / 현재 홋카이도 니혼햄 파이터즈 소속
고교시절 투수 겸 4번 타자였다. 고교시절 투구 중 왼쪽 팔꿈치 관절 탈구가 뿌리 깊은 상처로 남게 되었다. 와세다 대학 재학 중 에이스로 2학년 봄 베스트9로 선정. 드래프트에서는 2위로 지명되어 야쿠르트에 입단했다.
프로 입단 첫 승리의 상대는 자이언츠. 이듬 해 부터 선발 로테이션으로 정착하여 자이언츠에 강한 면모를 보여 일명「거인킬러」로 불리우며 팀 리그 우승에 공헌하고 센트럴 리그 최다승 등의 타이틀을 획득하는 등 대활약했다. 그러나 오랜 부상 후유증과 재수술, 또다른 무릎 부상 등 연이은 악재로 2년이나 허비 하는 등, 굴곡이 있는 선수 생활을 했다.
2005년 쥬니치 전에서 그는 안정감 있는 투구를 보여주며 재기의 신호탄을 날렸다. 방어율, 탈삼진 리그탑 독주. 그러나 이듬 해엔 또다시 딴 사람 같은 부진한 성적을 보여주어 2군으로 떨어지기도.
2008년 1월 니혼햄으로 트레이드 공시되어 같은 해 4월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상대로 팀 이적 후 첫 승리를 거두었다.
볼 소유[각주:1]가 좋으며, 약동감 넘치는 투구 폼이 특징적. 구속은 그다지 빠르지 않지만 절도 있는 스트레이트나 슬라이더, 날카롭게 가라앉는 체인지 업 등을 구사한다. 이러한 볼을 집약한 제구력이 발군이다.


와다 츠요시 (和田毅) 간단 프로필
81년 생 / O형 / 와세다 대학 / 현재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 소속
스트레이트는 MAX 146km/h. 일반적으로 초속 10km/h이나 마지막(타자 앞)에서 4~5km/h 정도 빨라지기 때문에 공의 릴리스 포인트를 알기 어려운 독특한 폼으로 타자가 타이밍을 놓치며 삼진을 양산한다. 와다의 최대의 무기는 폼 그 자체다, 라고 말할 수 있다.
변화구는 슬라이더, 서클 체인지, 커브, 포크를 던진다.
고교시절 에이스로 3학년 때는 코우시엔 8강 준준결승까지 올라갔다. 당시 그의 구속은 120km/h에 지나지 않았으나 상대 선수들은「150km/h로 보였다」라고 증언하고 있다.
대학 진학 후 그는 자신의 폼을 더욱 갈고 닦아 고교시절 130km/h도 차지 않았던 구속이 2개월 만에 140km/h를 넘게 되었다.
타격도 뛰어났던 그는 고교시절 에이스이자 클린업[각주:2]이었다.
대학 4학년 때는 에이스로서 활약, 와세다 대학은 무려 52년 만에 춘추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그는 선배 후지이 슈우고에게서 계승한 등번호 18번을 등에 달아 와세다 대학 좌투수 에이스 넘버로 정착시켰다. 자신에게 엄격하고 성실한 연습 자세로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었으며 그것이 와세대 대학 야구부 역사상 처음으로 4연패를 하게 한 원동력이었다.
프로에서는 1년 차에 선발 로테이션으로 팀 우승에 공헌, 신인왕을 획득했다. 2003 아시안 게임,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선발 활약으로 일본의 동메달에 공헌. 현역 선수 중에서는 두번째로 '입단 후 5년 연속 두자리 수 승수' 달성. 이는 호크스 선수로는 45년 만의 일이다.


일단 선수 프로필을 알아보니 상당 부분 두 선수를 모델로 한 것이 확실하다.

다이야 원판 띠지에는 일본 굴지의 프로선수들의 추천사가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이전에 작품 소개 포스트에서 소개한 작품 표지에서 볼 수 있듯 5권 띠지에는 와다 선수의 사진과 코멘트가, 그리고 4권 띠지에는 후지이 선수의 코멘트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 사진과 사와무라가 작품에서 저 특이한 투구법을 첫 선보였던 2군 공식전 장면을 찾아 비교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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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권 띠지에 실린 후지이 선수의 투구 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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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寺嶋裕二 & 講談社

후지이 선수의 찌그러진 오른쪽 글러브와 숨겨진 왼쪽 어깨의 방향
'오른쪽 팔로 벽을 만들고 힘을 글러브에 모아 확 찌그러뜨려 잡은' 사와무라 (4권 中)




후지이 선수의 실제 투구 모습
(이적 이전인 야쿠르트 스왈로우즈 시절)

만약 눈 앞에서 사와무라가 던진다면, 이런 느낌일까?

공을 손 끝에서 뿌리기 직전까지 모습이 이상하게 눈에 남아서 화면을 반복해서 봤다. 정말 볼 소유(球持ち)의 시간이 길다. 공놀이 하며 캐치볼 조차 해본 적 없는 나, 신문 기사에서 텍스트로 읽는 것 말고는 선수의 몸 움직임 하나하나에 특별히 주목해 본 게 처음인지라, 신기해서 몇번이나 리플레이를 했다.

이번엔 와다 선수의 실제 투구 모습을 보자. (仝ω仝)



와다 선수의 불펜 투구



와다 선수의 공익광고
정식 투구도 아니고 정확히 샷이 잡힌 것도 아니지만 투구 정면샷이라서 한번.



와다 선수의 하마다 고교 재학 시절 코우시엔 16강 전
이 경기의 승리(3-2)로 코우시엔 8강에 진출 했다.
에이스로서 경기를 승리로 이끌고 활짝 웃는 모습이 정말 멋지다. (※소리 안나옴)
(이렇게 이기는 하루나 보고 싶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예선전 선발 출장한 와다 선수

그의 투구를 중심으로 한번 감상 해보시라고 1회 초 첫 투구 장면만 편집. 척 봐도 느린, 130km/h도 채 안 차는 느린 볼로 첫 타자로 타석에 들어온 우리 팀 이종욱 선수에게서 아웃을 잡는 모습이다.
와다 선수는 이전엔 소위「한국킬러」라는 호칭을 가지고 얻었던 선수였는데, 예선 전에서 잘 선방하다가 7회초 우리 이대호 선수에게 투런 홈런을 얻어 맞았다.
개인적으로 이번 올림픽 일본 대표팀에서 가장 인상적인 피칭을 했던 투수였다. 저렇게 느린 공인데 왜 못치는 걸까…? 라는 의문이야 위에서 이미 텍스트로 풀이된 이유를 읽었으니 알겠지만, 역시 정면에서 보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투수 정면에서 잡은 리와인드 장면을 찾을 시간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T-T)

작품 속에서는 사와무라의 투구를 지켜보던 코미나토가 '어떤 구질일까? 한번 타석에 서고 싶다'고 두근대는 장면이 나오는데, 와다 씨의 투구를 보노라니 딱 그 기분이다. 타자 부근에서 구속이 빨라지는 공이라니 신기하지 않나.

올림픽 야구 때 유심히 보다 보니 마음에 들었는데, 앞으로 일본 프로 야구를 볼 기회가 있다면 아마 소프트뱅크의 경기에 주목하게 될 것 같다.





또다른 사와무라의 폼에 대한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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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寺嶋裕二 & 講談社

중학시절 세이도에서의 비공식 피칭 (1권 中)

사와무라의 중학시절 투구 폼은 원래 다리를 높게 올리는 폼이었다. 피칭할 때 다리를 높게 킥하는 이 포즈는 원작 1권에서 세이도에 진학하기 이전 미유키에게 처음 공을 던지는 장면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맨 처음에 이 장면이 등장했었을 때 각도가 조금 뒷쪽으로 잡혀 있었기도 하고 크게는 인식을 안하긴 했는데, 사실 하이킥(High kick)은 내가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아하는 투구 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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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의 하이킥 모션

내가 가장 애정한달까, 아니 이 표현으로는 좀 겉핥기라는 느낌인데 하여튼 내겐 정말 완전 소중한 투수 박찬호 선수가 아마시절부터 이 하이킥 투구 폼을 가지고 있었고, 난 저 시원하고 거침없는 폼을 정말로 좋아했다. 나중에야 이 폼이 구속에는 도움이 되지만 제구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사실 그건 박찬호를 처음 알았던 당시(94~95년 경) 그 시절엔 정말 중요하지 않았다. 저 폼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력 넘치는 파워 피칭, 미트를 뻥뻥 울리는 무서울 정도의 파괴음이 얼마나 시원하고 통쾌했는지!
사실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지만, 진짜 사랑받는 선수란 실력은 물론이요 (특히 프로일수록)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속된 표현으로 "뽀대"와 "간지"가 있어야 한다고 단언해왔기 때문에ㅡ아마 이와 같은 심정으로 예전에 대학농구팬들은 전희철 선수를 그토록 사랑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ㅡ저 간지 모션에서 불뿜던 154~6km/h의 강속구는 정말 최고로 멋지고 인상적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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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무라는 속구파 투구가 아닌데 불안정한 하이킥 모션을 쓰는 것도 내겐 나름 신기했고, 앞으로도 그가 이 폼을 어느 정도 유지할 것인지 왠지 흥미가 있었는데ㅡ처음부터 정식 투구 교육을 받게 되면 아무래도 폼이 달라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ㅡ세이도 입학 후 좌충우돌 야구 기초를 배우고 체력을 쌓으며 팀의 에이스란 과연 무엇인가 진짜 의미를 깨달아 가기 시작하는 도정에 놓이면서, 아쉽게도 잠시 이 폼은 등장하지 않게 된다.

이 폼이 재등장한 것은 크리스 선배의 고교 마지막 공식전 마지막 캐칭(5권 中) 때였다. 사와무라의 예전 하이킥 모션은 새로 공부한 저 "오른쪽 벽" 포즈와 결합되어 마침내 자신만의 투구 폼으로 개화 되는데, 그리하여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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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寺嶋裕二 & 講談社


"!! 하이킥 작렬!! 싸와무라!!! 야 이 쨔식아아!!!!!"


soooo f**king cool! 사와무라 이 쟈식 안되겠다 역시 너 내꺼해야겠다() 책에서 빨리 텨나와라() 가뜩이나 작품을 단숨에 완독하며 두근두근 대다가 5권부터 완전 버닝의 길로 접어 들며 홀로 야밤대폭주

나중에 내 권유로 이 책을 전권 사서 읽은 베스트와 만나 한창 다이야 버닝 토크로 불타던 중, 그 친구가 대뜸 "그 하이킥 장면 있잖아 왠지 박찬호 생각나지 않았냐?"하는게 아닌가. "너도?" "너도?!" 하며 얼마나 즐거워했는지^-T (베스트와 나는 마이너 시절부터 쭈욱 박찬호 팬이었다T_T) 사와무라의 팬이 된 친구와 아주 신이 나서 사와무라가 우완이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둥 하지만 좌완인 점이 매력이라는 둥 10대 빠순이들처럼 사와무라 이 쟈식! 하며 버닝(-_-;) 누가 보면 화장 하고 하이힐에 미니스커트 입은 언니 둘이 MLB 3D 토크를 하는 줄 알았겠지(-_-;) 이 세상에 하이킥 투구 폼을 가진 사람은 많지만 나에게 박찬호는 가진 위치가 다르다, 그리고 이런 투구 폼을 가진 야구만화 캐릭터도 세상에 많을지 모르지만 난 이미 이 만화의 팬. 주인공의 성격과 자질은 물론 거기에 폼까지 이렇게 맘에 꽉 들어차니 더욱 좋아진 것 같다, 이 작품은T-T

사와무라는 아직 스태미너도 컨트롤도 구위도 수비도 세트 플레이도 뭐 하나 제대로 해결된게 하나도 없는 미지의 다이아몬드 원석일 뿐이지만, 테라지마 씨가 계속 꾸준히 발전시켜 줄거라 믿는다. 그리고 저 폼을 좀 더 갈고 닦고 개발해서 앞으로도 계속 내보내 주시길.TT
(&우리 후루야도 컨트롤과 마구 좀 안정되게…. 아니 그 이전에 수비…. 아니 그 이전에 그놈의 캐치볼 좀 어떻게-_-;;;)



오늘의 다이야 버닝 토크 Fin.





* 註 :
  1. 볼 소유 (球持ち) : 투구 시 공 소유 시간. 릴리스 포인트까지 투수의 공 소유 시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타자가 타이밍을 잡기 어려워 진다. [본문으로]
  2. 클린업 (クリーンアップ;クリーンナップ;Clean up) : 야구에 있어서 누상(塁上)의 주자를 생환시키는 것이 기대되는 타순을 가리킨다. 주자를 '청소한다'는 뜻. 클린업은 타율, 홈런 등의 성적이 좋은 선수를 둔다. 보통 3・4・5번을 클린업 트리오 라고 하며, 팀에 따라 4・5・6번에 두기도. [본문으로]
Date : 2008. 9. 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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